[일간스포츠 송지훈]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손세이셔널' 손흥민(21·레버쿠젠)을 직접 보기 위해 독일에 간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12일 "홍명보 감독이 14일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 뒤 16일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함께 독일로 출국한다"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과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박주호(26·마인츠)의 경기력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특히 손흥민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홍 감독은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17일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레버쿠젠과 슈투트가르트의 경기를 관전한다. 이어 24일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마인츠-볼프스부르크전을 지켜본 뒤 귀국한다"고 전했다. 홍 감독이 그동안 손흥민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행보다.
홍심(洪心) 뒤흔든 손(孫)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사령탑 시절 예선전부터 손흥민을 단 한 차례도 발탁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사석에서 지인에게 "축구 선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기가 잘하는 선수'와 '자기를 희생해 주변을 좋게 만드는 선수'다. 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지성, 전자는 손흥민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팀 스피릿을 중시하는 홍 감독은 개인주의 색채가 강한 손흥민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가 지난해 "손흥민이 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올림픽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고 오보를 해서 손흥민이 해명하느라 홍역을 치른 일도 있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한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12골을 터트렸다. 올 시즌 이적료 1000만 유로(약 150억원)에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긴 손흥민은 지난 3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1골·1도움을 올린데 이어 10일 프라이부르크와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3-1 승리를 이끌었다.
홍 감독은 다음달 10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때 유럽파를 부를 계획이다. 지난 6월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홍 감독이 첫 해외 출장지를 독일로 정했고, 그것도 손흥민의 경기를 가장 먼저 본다는 건 의미가 남다르다. 홍 감독의 데뷔무대였던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3경기 1골에 그쳤다. 홍 감독이 마침내 손흥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차붐, "대표팀 손흥민에게 기회를 줘라"최근 자택에서 만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축구대표팀이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 시절 벤치 멤버로 기용되다 중후반에야 선발 기회를 잡았다. 차 전 감독은 "우리보다 축구에 대해서는 더 전문가인 독일이 흥민이에게 1000만 유로란 거액을 투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부에서 대표팀과 클럽을 분리해서 생각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고 더 많은 기회를 줘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