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대로 갈래? 군대로 갈래?"
여린 속내에 진한 인간미.. 그래서 더 잔인하다
[OSEN=이혜린 기자] YG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데뷔팀을 가리는 엠넷 'WIN'은 마치 서울 합정동에서 벌어지는 '헝거게임' 같다. 제국을 호령하는 권력자가 있고, 라이벌을 제거해야 살아남는 젊은이들이 있고, 그 절박함을 동정하면서 또 잔인하게 즐기기도 하는 대중이 있다.
'WIN'은 길게는 2~3년 연습생으로 품고서는 전국민에 중계되는 게임터로 내몰아 상대팀을 절벽 밑으로 밀어 떨어뜨리라고 하는 냉혹한 프로그램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약육강식, 적자생존만이 통하는 정글이고, 변덕 심한 시청자들의 선택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릴 유일한 구세주다.
![]() |
권력을 쥔 '사장님'은 노래를 하다가도 흘끗흘끗 눈치를 봐야하는 두려운 존재지만, 그럼에도 그 존재 앞에서 노래를 '즐겨야'하는 아이러니한 미션을 받아든다. 무대를 휘어잡는 야수 같던 연습생들은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슴이 돼서 애써 숨겨왔던 속사정을 꺼내놓는다.
30일 방송에서 'WIN'은 야수와 사슴을 오가는 불안한 청춘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A팀의 남태현은 양현석 대표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지만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 버텼다고 고백도 했다. 그러면서도 새로 지정된 리더 민호의 날선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갈등도 유발했다.
장난꾸러기 같았던 바비는 미국에 있는 어머니와의 화상채팅에서 결국 펑펑 울고 말았다. B팀의 BI, 진환, 바비는 진환의 고향인 제주도로 놀러가, 이들이 매일 함께 밥 먹고 일하고 씻으면서 얼마나 일심동체가 돼왔는지 추억했다. 이 회상에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질 수는 없지'라는 결연함이 엿보였다.
삐걱대기도 했다. 나이도 어린데다 뒤늦게 팀에 합류해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민호는 딜레마에 처했다. 강승윤은 기존 멤버에게 지적을 할 때엔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민호는 상황이 복잡하다며 한숨지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이들간의 진짜 갈등이었다. 이는 5명의 멤버가 다 같이 호흡을 맞춰 역류에 맞서면서 서서히 극복됐다.
![]() |
이렇게 프로그램은 각 멤버들의 역경과 고민을 촘촘하게 그리며 여린 속살을 내놨고, 이는 잔혹한 게임 룰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비장감을 높인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떨어져봐야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거지만, 'WIN'은 기회를 놓쳤다간 백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현석 대표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무대로 갈래, 군대로 갈래?"
게임을 흥미롭게 하기 위해 무슨 장치가 더 필요하겠나. 이들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월말평가에서 앞서오던 B팀은 A팀에게 굉장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에픽하이의 말을 듣고 긴장해야 했다. 타블로는 "춤은 B팀이, 노래는 A팀이 낫다"는 평을 내놨다. 이제 겨우 2회. 합정동에서 벌어지는 헝거게임은 인간미가 엿보여서 더 잔인했고,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흥미로웠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