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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수다, 꽉 찬 배추 속 같은 강연 이정섭씨 ,일산고양(고양시소식)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9. 7. 11:00

맛있는 수다, 꽉 찬 배추 속 같은 강연
고양시민대학 초청강사 배우 겸 요리전문가 이정섭씨
[1140호] 2013년 09월 04일 (수) 16:03:30 정현주 시민기자 cesilove@hanmail.net
   
▲ 덕양구 능곡이 고향인 배우 이정섭씨가 지난 27일 고양시민대학 제8강 초청강사로 나섰다. 이씨는 이날 종가 풍습과 요리 비법, 그리고 연기인생에 얽힌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나갔다.

1500포기 김장 대가족 종손
4대 종가 대소사 보며 성장 
가족 상차림 고스란히 기억

애교 섞인 콧소리 한마디면 누군지 금방 떠올리게 되는 배우 이정섭씨.

68세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인 이씨는 수십 년 전 일을 어제처럼 떠올리는 기억력과 펄펄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씨가 신들린 듯한 말솜씨로 보따리를 풀어놓자 450여명 청중은 금방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방송인 겸 요리전문가 이정섭씨가 27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 극장에서 ‘즐거운 요리, 맛있는 인생’이란 주제로 고양시민대학 제8강 초청강사로 나왔다. 이날 강연에서 이씨는 종가 풍습과 요리 비법을 공개하는 한편, 연기인생에 얽힌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나갔다.

이정섭씨는 고양시 덕양구 능곡이 고향이다. 지금은 서울로 행정구역이 편입됐지만 서울 4대문 밖이 모두 고양군에 속하던 때 은평구 녹번에 조상대대로 터를 잡아 살아왔다.

최근 오락프로 ‘강심장’에서 ‘조선 11대 임금 중종의 다섯째 아들 덕양군의 14대 손’임을 알린 이정섭씨는 “제가 24살에 증조할아버지가 84세로 돌아가셨어요. 증조할아버지 밑에서 스물네 해를 귀여움 받고 살았는데 종손이니까 축문 쓰고 지방모시고 이런 걸 가르치데요”라고 말했다. 다른 강사가 했으면 지루했을 법한 이야기도 그가 하면 폭소가 터져 나왔다.

고조부 때부터 동네일을 보면서 유지로 살아온 데다 종가의 대소사를 겪으며 자라 종가 음식이며 풍습이 그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우리 집은 상을 차리면 안방에만 상 네 개를 차립니다. 제일 아랫목에 증조할아버지하고 종손이라고 나하고 겸상을 차려요. 옆에 된장찌개, 생선찌개를 올려놓는 화로가 있고요. 할아버지, 아버지, 증조할머니가 앉는 상, 할머니랑 삼촌, 어린동생이 앉는 둘레상, 제일 끄트머리에 일꾼 둘이 마주보고 앉는 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넌방에 남자상, 여자상이 있고요 매일 밥 먹는 식구가 스무 명이 넘었어요 그러니 김장을 해도 적게 할 때가 700포기고 보통 1500포기는 기본적으로 했어요.”

4대가 함께하는 종갓집 풍습이며 대식구 김장하던 이야기에서 어느새 연기인생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38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것이 1993년에 대학로에서 처음 공연한 ‘라이어 라이어’였어요. 그렇잖아도 평생 한이 돼 죽겠는데 동성연애자에 호모 의상디자이너 역을 하라는 거예요 권해효·이문식·설경구·유오성 등 그때 새카만 후배들이 함께 했는데 후배들 앞에서 ‘배역이 마음에 안 들어 못하겠소’라고 할 수가 있어야지. 어머 그걸 했더니 내가 제일 인기 있었어. 그러구 나서 MBC방송국에서 연락이 오대.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출연하게 된 거에요.”

늘 여자 배역만 한다고 탐탁치 않게 여기던 아버지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들 모습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운 마음도 털어놓았다. 슬슬 요리비법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된장찌개고 된장국이고 꼭 생강, 풋고추가 들어가요. 메주의 떫은 맛, 쓴맛을 없애기 때문에 마늘보다 많이 써요. 또 양파 좋은 거 아시죠? 저는 양파를 많이 넣는데 양파는 단맛이 나니 따로 설탕이나 조미료가 필요 없어요. 김치에도 양파를 넣으세요.”  

마지막으로 이정섭씨는 이런 말도 했다.

“음식은 오래 두면 똥 되요. 이웃과 나눠 잡수세요. 나눠주고 잔치해서 빨리빨리 없애세요. 이웃 간에 나누고 그래야지 내가 이거 주면 저쪽에서는 과일, 빵 가져와요. 아셨죠?”

이정섭씨는 ‘왕꽃 선녀님’ ‘사랑을 그대품안에’ ‘LA아리랑’ ‘직장의 신’ 등 인기드라마에 이어 오락, 토크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요리 전문가로 4권의 요리서적을 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Tip. 배우 이정섭이 알려준 알찬 요리비법

1. 무슨 김치든지 풀을 쒀서 넣으세요. 괜히 찹쌀풀 쓰지 말고 밀가루 풀 쓰세요. 총각김치 배추김치는 좀 되게 쑤세요.

2. 여름에 배추로 통김치 담글 때는 꼭 부추를 넣으면 덜 익습니다. 미나리는 빨리 익으니까 넣지 마세요. 오이소박이 할 때도 부추를 넣어야 덜 익습니다. 그리고 멸치 새우젓 으깨 넣으면 훨씬 시원하고 맛있어요.

3. 식초는 냉장고에 두고, 들기름 참기름 옥수수기름 식용유 등 기름병은 꼭 실온에 보관하세요.
기름병이 냉장고에 들어가면 고소한 맛이 없어집니다. 시골에서 기름 많이 짜온 거 있으면 쌀 항아리나 소금 항아리에 보관하세요. 하지만 너무 오래 두면 기름이 쩔어요.

4. 콩나물국 간할 때는 꼭 새우젓으로 하세요. 칼슘 유산균이 들어있어 아주 개운해요.
 계란찜도 새우젓을 넣는데 그물망에 계란과 같이 풀어야 간이 골고루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