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이정협(24, 상주상무). 불과 몇 달 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다. 지금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 이정협을 데려갔다. K리그에서 5번의 경기를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서 골을 넣었고, 대회 본선에서도 2골 1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준우승에 공헌했다.
이정협의 등장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이자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순수하게 리그에서의 활약에 의해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K리그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 감독인만큼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를 평가한다는 생각에서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나도 이정협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난 김동섭이 대표적인 선수다. 이정협과 포지션이 같고, 2013년에는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도 있다. 그는 "이정협 선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만큼 다시 가고 싶다. 여름에 동아시안컵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후 대회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정협과 함께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땀을 흘렸던 황의조도 김동섭과 함께 리그에서의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협과 같은 포지션에서 뛰기 때문에 이정협의 활약에 더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95년 생 유망주 서명원의 시선도 국가대표로 향한다.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국가대표는 최대한 빨리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감독님은 아무래도 모든 선수들을 자기 기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선수를 뽑는 것 같다. 나도 리그에서 잘해 A대표팀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동국과 함께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김신욱도 이정협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은 선수 중 하나다. 앞에서 나열한 선수들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김신욱은 이정협이라는 새로운 도전자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김신욱은 "이정협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장점을 많이 봤다. 특히 활동량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최전방 공격수가 이렇게 많이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리고 큰 대회를 하면서도 담대했던 것 같다. 이정협 선수의 존재가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이)동국이 형이나 (박)주영이 형이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선배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제는 후배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공격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수비수 임창우는 "사실 지난 훈련에 소집됐을 때는 안 될 줄 알았다. 이제는 다르다. (차)두리 형이 은퇴하셨기 때문에 나도 대표팀에 도전하고 싶다. 이정협 선수가 깜짝 스타가 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성남 골키퍼인 박준혁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에 가지 못했던 김진현이 아시안컵을 통해 주전으로 도약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자극을 받았다. 박준혁은 "국가대표라는 꿈은 모든 축구선수들이 꾼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리그에서 잘해 대표팀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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