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 소속팀에서 이토록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있을까. LG 트윈스에서 퇴출된 잭 한나한(35)이 잠실구장을 다시 찾는다.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세 번째다. 참 떼기 힘든 정이다.
한나한은 18일 오후 2시30분 잠실구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대신 전하기로 했다. 한나한과 LG 구단의 공감대가 형성돼 마련된 자리다. 적극적인 한나한의 마음도 담겨 있었다.
한나한은 올 시즌 100만 달러의 최대 몸값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시즌 개막 전 종아리와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개막 이후 50일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한나한은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7리, 4홈런 22타점 17득점을 기록했으나 영입 이유였던 주 포지션 3루수 소화를 하지 못한 채 지난 15일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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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외국인 선수 잭 한나한이 17일 잠실구장을 다시 찾는다. 사진=MK스포츠 DB |
한나한은 짧은 기간 LG에 몸을 담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베테랑 내야수다운 품격을 선보이며 인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한나한은 특히 경험이 없던 내야수 양석환에게는 든든한 조언자이기도 했다. 또 멘탈이 약한 루카스 하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나한이 짐을 싸던 날, 동고동락했던 정재혁 통역은 한나한의 방출 소식 뒤 아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잠실구장 라커룸에서 한나한을 앞에 두고 펑펑 울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한나한은 선수들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동안 이런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한은 방출 된 다음날에도 잠실구장을 직접 찾았다.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양상문 감독은 “나가는 외국인 선수가 스태프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다시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열정적이고 인격적으로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던 선수다. 나도 아쉽다. 부상에도 믿음이 가던 선수였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 믿음을 확인시켜줬다”고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나한에 대한 아쉬움과 별도로 떠나는 외국인 선수가 팬들에게 인사를 위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이날 깜짝 발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자아내고 있다. 한나한의 방출 발표와 동시에 한나한의 LG 코치 영입설이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LG 구단 내부적으로 한나한의 코치 영입과 관련해 논의도 있었다. 선수들 바로 옆에서 생생한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현재 한나한은 가족과 함께 한국에 머무르며 신변정리를 하고 있다. 다만 아직 한국을 떠날 날짜가 정확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미국행이 아닌 LG에 과연 잔류할 수 있을까.
그 사이 한나한과 교체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17일 잠실 KIA전에서 멀티히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히메네스가 한나한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떠난 한나한은 짧은 기억과 함께 진한 향수를 남긴 채 마지막일지 모를 인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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