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기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지를 위해 보름동안 외부와 격리된 채 지내온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덕마을 주민들은 19일 자정을 기해 격리에서 해제돼 자유를 되찾았다.
이날 오전 7시께 병원 진료를 위해 첫 나들이에 정모(55·여)씨는 "귀에 진물이 나오는데, 집 밖으로는 나오지도 못하고, 병원 진료도 못 해서 답답했지요. 오랜만에 바깥 출입이 마치 소풍 나들이를 나가는 것 같네요"라며 환한 미소와 함께 마을 밖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정씨와 함께 73가구 136명의 마을 주민들은 이날 새벽부터 활기를 되찾았다.
오전 5시부터 마을 밖 논과 밭을 일구러 가는 노인들부터 시작해 하나 둘씩 집과 마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해 병원 진료를 위해 읍내로 나가거나 장을 보러 가는 등의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확진자 인근에 거주했던 황모(71)씨는 "무서워서 다들 집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했다"며 "마을 밖 밭작물들이 잘 있는지 걱정도 되고, 바깥 출입이 안되니 불편을 겪고 있었는데, 이렇게 격리 해제가 되니,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할머니 병문안을 왔다가 갇힌 손자, 손녀는 혹여나 언론에 노출돼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을 까 염려한 어머니가 황급히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취재진을 피해 샛길로 마을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판교(68)씨는 "2~3일 마다 마을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보러 수시로 마을을 찾았는데, 2주만에 마을을 찾게 됐다"며 "어머니 안부가 늘 걱정이어서 전화 통화는 매일 해왔는데, 얼굴을 직접 뵙고 싶어 해제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순창군과 순창군보건소는 이날 오전 9시 마을 주민들 전원을 발열 체크하고, 추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순창군보건소 관계자는 "격리 해제는 됐지만 아무래도 불안 요소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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