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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으로 확대될 전망
법무부, 개정안 입법예고
김우중(左), 최순영(右) 검찰 미납 추징금 환수의 다음 타깃은 김우중·최순영 회장이 될까.
최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두환 추징법' 적용 대상이 공무원이 아닌 일반 추징금 미납자로 확대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20일 추징금 집행 범위와 실효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추가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관계기관에 대한 금융·과세 정보 요구권 ▶관련자 소환, 압수수색영장 청구권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고 취득한 제3자의 재산 추징 ▶시효가 남은 미납자에게 소급 적용 등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형사소송법에 추가하는 것이다. 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 몰수특례법과 '판박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205억원의 추징금 중 1672억원을 내지 않고 17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돈을 꽁꽁 숨겨둔 탓도 있지만, 검찰에 이를 찾을 수 있는 무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되면서 사정이 급변했다. 법 시행 3일 만에 검찰은 친인척과 관계자의 자택·사무실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해 미술품과 금융 자료를 압수했다. 이어 보험 계좌·대여금고·부동산 등을 차례로 압류했고, 관계자를 소환해 돈 출처를 캐물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범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지난 19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고액 미납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 이선욱 국제형사과장은 “고액 미납자들이 가족 등 제3자 앞으로 재산을 빼돌린 뒤 호화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추적·환수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납된 추징금은 25조3800억원. 선고된 추징금 가운데 1%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미납 추징금이 가장 많은 사람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지난 2002년 5명의 전 임원과 함께 23조300억원(김 회장은 17조925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840억원만 납부한 채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가 숨겨둔 재산을 발판으로 재기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김 회장의 3남 선용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해 베트남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여 수백억원을 벌어들였고, 이 중 일부를 국내로 들여온 사실이 사정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중앙SUNDAY 8월 4일자 1면) 정부는 당시 수십억원의 세금을 받아내는 데 그쳤다. 명목상 김 회장 본인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돈 출처가 김 회장으로 확인되면 원금 자체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한 강제 수사도 가능하다.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역시 2000억원 가까운 추징금 가운데 고작 2억원만 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서울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살면서 자주 해외 여행을 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추징금 안 내고 버티기는 수백억원대 고액 체납자만의 일이 아니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선고받은 추징금을 모두 낸 사람은 15% 선에 그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벌로서의 의미를 잃고 있는 추징금이 법 개정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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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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