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LG, 이제는 넥센을 라이벌로 인정해야 할 때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8. 29. 13:17
LG, 이제는 넥센을 라이벌로 인정해야 할 때
기사입력 2013-08-29 11:41
 |
1위 도약을 노리는 LG와 3위에 한 경기차로 접근한 넥센이 잠실에서 만났다.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첫번째날 경기에서 4회초 2사 만루 넥센 허도환 타석때 3루주자 김민성이 LG 우규민이 견제동작을 하는 틈을 타 홈으로 파고들다 포수 윤요섭에 태그아웃되고 있다.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8.27/ |
이제는 진짜 라이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와 넥센. 한국 프로야구에 많은 라이벌 관계가 형성돼있지만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라이벌이 바로 서울에 자리잡은 이 두 팀이다. '엘넥라시코'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왜 두 팀은 만나기만 하면 처절할 정도로 피말리는 싸움을 하게 된 것일까.
양팀의 라이벌 관계가 부각되기 시작한건 2011년. 유독 양팀이 맞붙으면 혈전이 이어졌다. 연장까지 간 경기가 5번이나 됐고, 9차례 승부가 1점차 승부였다. 지난해에는 넥센이 상대전적 13승6패를 거뒀다. 단순히 승리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중요한 시점 LG를 격침시키며 가을야구의 꿈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마찬가지. LG는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꿈꾸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넥센만 만나면 기가 죽는다. 다른 8개팀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넥센에게만 5승10패로 열세다.
양팀이 만나기만 하면 혈전을 펼치고, 또 LG가 3년 연속 넥센에게 상대전적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인다는 것. 미스터리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LG가 넥센만 만나면 알 수 없는 부담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듯 하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야구를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경기들이 있다. 특히, 접전 끝에 패하거나 극적인 역전을 당하는 경우들이 그렇다. 지난 3년간 넥센만 만나면 허무하게 패했다. 알게 모르게 선수들의 의식 속에 '넥센을 만나면 또 그러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경기력에 악영향이 미친다. 평소와 같은 정규시즌 한 경기를 포스트시즌처럼 큰 긴장 속에 치르게 된다.
이 점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넥센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이 된다. LG만 만나면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28일 경기, 8회 터진 박병호의 역전 투런포가 이를 증명한다. LG가 역전에 성공하며 흐름은 사실상 LG쪽으로 넘어간 경기였다. 분위기상 터지기 힘든 역전포가 터졌던 건 넥센의 상대로 LG였기 때문 아닐까.
넥센의 오기도 한 몫 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LG 구단 내부에서는 넥센과의 라이벌 관계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프로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서울의 자존심 트윈스와 이제 막 생긴 막내급 구단 넥센이 라이벌이라는게 기분 좋을 일은 아니었다. 넥센쪽도 LG의 이런 반응을 모를리 없다. 'LG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라는 오기가 생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넥센이 3위에 자리하며 2위 LG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에서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을 야구에서 만날 수 있는 양팀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LG에 유리할게 없다. 이제는 LG도 넥센과의 라이벌 관계를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