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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프리즘] '25일-16번의 투혼' 두산, 기적 없었지만 감동은 넘쳤다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11. 2. 10:04
[SS프리즘] '25일-16번의 투혼' 두산, 기적 없었지만 감동은 넘쳤다
기사입력 2013-11-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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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했던 두산은 비록 우승엔 실패했지만 포스트시즌 내내 투혼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 대구=배정한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ㅣ대구=유성현 기자] '미라클 두산'은 끝내 미완성으로 끝났다.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렸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고도 믿기 힘든 3연패를 당했다. 비록 원하던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두산의 가을은 더없이 알찼다. 무려 25일간 16차례나 치른 경기에서 나온 곰들의 투혼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두산은 1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삼성과 홈 경기에서 3-7로 졌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며 12년 만에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5,6차전에 이어 7차전까지 내리 지면서 도전은 막을 내렸다. 우승을 이뤘다면 정규시즌 4위 팀으로 정상에 오르는 첫 팀이 될 수 있었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두산을 외면했다. 하지만 그들은 '당당한 패자'였다. 정상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처럼 극적이었다. 우승팀은 삼성이지만, 사실상 올 시즌 가을 야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기적의 곰들'이었다.
무려 25일이나 이어진 험난한 여정이었다. 16번의 혈투는 역대 포스트시즌 참가 팀중 가장 많은 경기였다. 예상은 했지만 정상을 노리기까진 무척이나 힘에 부쳤다. 넥센과 만난 준플레이오프부터 쉽지 않았다. 두산은 넥센에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3차전부터 기적 같은 3연승을 내달리는 '리버스 스윕'으로 탈락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연장 승부가 3번이나 될 정도로 치열한 혈투였다.
LG와 플레이오프에서도 대부분 두산의 열세를 예상했다. 거듭된 살얼음판 승부로 힘이 많이 빠진 두산은 체력을 비축한 LG를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두산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한 수 위 경험을 자랑하며 LG를 3승1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팬들은 '미라클 두산'의 거침없는 진격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곰들에겐 한국시리즈 무대가 더없이 버거워 보였다. '0%'라는 확률싸움과도 맞서 싸웠다. 정규시즌 4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단 1번도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오히려 투혼과 오기로 0%를 깨는 예외에 도전했다. 3승에 먼저 오르며 가을의 기적까지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1승이 부족했다. 비록 정상을 밟지 못하며 새 역사를 쓰진 못했지만 팬들의 박수는 쏟아졌다. 도전 자체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16차례의 대혈투를 치르며 선수들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주전과 백업 멤버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웠다.
한국시리즈를 마친 김진욱 두산 감독은 "우리 선수들 중 단 한 명의 패자도 없다"며 가장 피곤했던 한 달을 함께 보낸 제자들을 감쌌다. 팬들은 그 말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승부는 갈렸지만 팬들의 머릿 속에 오래도록 남을 명승부를 만든 모두가 승자였다. 두산의 가을은 '위대한 2위'라는 타이틀을 받기에 충분했다.
yshalex@med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