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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나홀로 후보'가 대세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11. 23. 11:22

썰렁한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나홀로 후보'가 대세


22일 총학생회 선거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는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게시판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인사이드 Story

外大·서강대 출마자 '제로'

학생들 취업준비 등 바빠 외면

'운동권' 낙인 찍힐라 꺼리고

투표율 낮아 마감일 연기도


[ 김태호 / 홍선표 / 박상익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경영관 앞. 청바지에 자주색 후드티를 입은 선거운동원 8명이 “우리가 원하는 성균관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아예 외면했다. 학생들의 외면에 지친 운동원들은 선거운동을 접고 곧 자리를 떴다.

대학가에 총학생회 선거시즌이 돌아왔지만 캠퍼스는 썰렁하기만 하다. 후보를 내지 못해 선거가 무산된 곳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대학에선 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른다.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에 바쁜 학생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단일후보가 트렌드…썰렁한 선거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성대 가온’ 소속의 이현재 후보(통계 4) 단독 입후보로 치러진다. 경희대 동국대 숙명여대도 다음주 단일후보로 투표에 나선다. 홍익대에선 지난 20일 단일후보였던 최창훈 씨(법학 4)가 당선됐다. 서울지역 대다수 대학들의 총학 선거는 단일후보로 진행 중이다.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던 서강대도 오는 25일 후보를 마감하지만 아직 등록 후보가 없다.

○낮은 투표율에 고소 고발까지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학생들의 투표 참여는 부진하다. 총학생회 투표를 진행 중인 서울대의 경우 투표를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누적투표율이 22%에 그쳤다. 22일이 수시전형일이라 서울대 총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투표마감일을 25일 자정으로 바꿨다.

서울대 총학 선거에선 ‘내일은 있다’ 소속 정주희 후보(서양사학 4)와 ‘100℃’의 임수빈 후보(조소 4)가 경선을 치르고 있다. 서울대 총학은 올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까지 도입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장투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선이 진행 중인 일부 대학은 선거 파행을 겪으면서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장 선거본부인 ‘열혈건대’는 지난 21일 상대 선거본부인 ‘더 청춘’을 불법녹음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국민대의 한 후보도 상대 자격을 문제 삼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선거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출마자·투표자 모두 운동권 배척

대학 총학 선거의 썰렁한 트렌드는 취업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다. ‘운동권’ 학생으로 낙인 찍히면 취업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출마를 꺼리고, ‘사회적 이슈’보다 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학생들도 총학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일 ‘총학생회 선거에 불참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나는 NL(민족해방)계열, 하나는 PD(민중민주)계열로 모두 운동권인데 총학투표 거부 캠페인을 홍보하자’는 의견들이 게시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서울대의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총학생회 선거본부 공략집에는 사회 이슈 대신 학내 이슈로 가득하다. 서울대만 ‘국정원 문제’ 등이 눈에 띄고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는 ‘학내복지 향상’ ‘성적관리 효율화’ ‘취업지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태호/홍선표/박상익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