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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된 전세'…매매로 돌아서

일산고양작명철학 2015. 3. 2. 13:54

'집값 된 전세'…매매로 돌아서 

- 교통+학군 갖춘 15년차 중소형 아파트 타깃
- 실수요 많지만 투자 가치 낮아 매매 수요 적어
- 무리해서 집 사면 하우스 푸어 위험..주변 상황 따져해야

△ 전국에 아파트 값과 맞먹는 전셋집이 속출하고 있다. 입지와 학군이 좋지만 준공 15년이 넘은 중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SK아파트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새 아파트도 아닌데 덜컥 샀다가 집값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그래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 그냥 사야 하나 걱정이에요.”

지난 27일 찾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SK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여·43)씨는 매맷값과 전셋값이 3000만원 밖에 차이 안나 집을 사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아파트 값과 맞먹는 전셋집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대부분 역세권에 학군도 좋지만, 지은지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로 전세 수요는 많지만 투자 가치가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은 매매 수요가 거의 없었다는 게 인근 공인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집값을 넘보는 전셋집이 급증하자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하나 둘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매매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오래된 아파트는 매매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균 전세가율 ‘비웃는’ 단지 잇따라 등장

김모씨가 살고 있는 종암동 SK아파트는 1999년 준공한 입주 17년차 아파트다. 이곳의 전용면적 59㎡ 기준 매맷값은 평균 2억 9000만원, 전셋값은 2억 60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8.7%를 나타냈다. 반면 2010년 입주한 인근 래미안 라센트(1025가구) 전용 59.98㎡ 타입은 매매(4억2000만원)와 전세(3억3000만원) 가격이 9000만원 차이를 보이면서 전세가율(71.4%)이 2월 성북구 평균 전세가율(73.8%)을 밑돌았다.

2010년만해도 종암 SK아파트의 평균 매맷값은 2억 6500만원으로 전셋값(1억 6000만원)을 1억원 이상 앞질렀다. 그러나 4년 새 전셋값이 1억원 오른 반면, 매맷값은 2500만원 상승에 그치면서 차이가 3000만원으로 줄었다.

전셋값이 집값을 넘보는 아파트는 이 단지뿐만이 아니다. 서울 재건축 이주 밀집 지역과 경기권 일부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선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998년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들어선 중앙하이츠 전용 52.94㎡ 매맷값은 평균 2억 1000만원으로 전셋값(1억 9750만원)과 불과 1250만원(전세가율 94%)차이다. 그 다음해 입주한 수원시 영통동 벽적골 9단지 롯데 59.39㎡ 아파트 집값도 평균 2억 1000만원으로 전셋값(1억 9500만원)과 1500만원(전세가율 93%) 격차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초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맷값(2억8664만원)을 넘어선 전셋집은 99만6171가구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매맷값이 제자리 걸음을 한 사이, 전셋값이 급등한 때문이다

◇무리하면 ‘하우스푸어’ 우려…재건축·신규 입주 살펴야

전셋값이 급등하자 버티지 못한 수요자들이 결국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종암동 SK아파트의 경우 2013년 매매 건수는 67건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109건으로 42건 더 거래됐다. 올 들어서도 두 달간 10건이 매매됐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맷값에 근접했다고 무턱대고 매매에 뛰어들면 손해를 볼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정부에서 집 사기 권유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기존 주택에 대한 매매값의 상승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전셋값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무리해 집을 사면 자칫 하우스 푸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 구매를 고려할 경우 주변에 재건축이나 신규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장기간 거주 후에도 집을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 위주로 매매를 고려하는게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

△ 전문가들은 높아진 전셋값에 무턱대고 매매에 뛰어들면 손해를 볼수 있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일대.


김성훈 (sk4h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