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왜 마야와 테임즈의 기록은 위대한가
[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왜 마야와 테임즈의 기록은 위대한가
![]() KBO리그 사상 최초 같은날 사이클링히트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테임즈(사진 왼쪽부터)와 마야(사진=NC/두산) |
33년 KBO리그 역사 가운데 최초의 대기록이 달성됐다. 같은 날 노히트 노런과 사이클링 히트가 달성된 것이다. 대기록 달성의 주인공은 두산 외국인 투수 유니에스키 마야와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다.
먼저 마야다. 4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두산전에서 마야는 9회까지 139구를 던지며 볼넷 3개만을 내주는 무실점 호투 속에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 사상 12번째 노히트 노런이자 외국인 선수론 2번째 기록이다.
같은 날 광주구장에서 열린 NC-KIA전에선 NC 중심타자 테임즈가 ‘2루타-2루타-홈런-안타-3루타’를 치며 KBO리그 사상 17번째 사이클링 히트이자 외국인 선수론 2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같은 날 노히트 노런과 사이클링 히트가 동시에 달성된 건 KBO리그 사상 초유의 기록으로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두 번째 1점 차, 1대 0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마야
마야의 노히트 노런은 역대 노히트 노런과 비교할 때 최상위 기록에 속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경기 상황이다. 마야가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넥센-두산전은 9회까지 1대 0으로 두산이 앞서는 팽팽한 1점 차 승부로 전개됐다.
1점 차, 그것도 1대 0으로 전개되는 승부는 투수 입장에선 부담감과 압박감을 몇 배는 더 크게 느낄 상황이다. 상대 타자들 역시도 언제든 동점과 역전이 가능하기에 더욱 집중력 있게 타격에 임한다. 게다가 1점 차 경기라면 상대 팀에서 기습번트를 포함한 다양한 작전을 전개할 수 있기에 ‘투·포수’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실제로 역대 KBO리그에서 ‘1점 차 노히트 노런’은 1988년 4월 17일 광주 해태전에서 1대 0으로 노히트 노런을 거둔 이동석(빙그레)밖에 없었다. 1대 0 승리 역시 이동석이 유일했다.
다른 노히트 노런들은 최소 3점 차 이상의 승부로 전개됐는데 6점 차 이상 경기가 무려 8번이나 됐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6점 차면 경기가 이미 한쪽으로 기운 상황이기에 타자들의 열의와 집중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1점 차 승부는 타자들이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려 노력하기에 투수로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의 노히트노런보다 1점 차 상황에서 달성한 노히트 노런의 순도가 더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역대 KBO리그 노히트 노런 기록(그래픽=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두 번째는 KBO리그 사상 2번째로 1대 0 노히트 노런을 이끈 마야의 상대 팀이 넥센이었다는 데 있다. 그도 그럴 게 넥센은 전해(2014년) 팀 출루율 1위, 팀 장타율 1위, 팀 홈런 1위에 오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팀이다. 역대 KBO리그 노히트 노런을 분석했을 때 전해 팀 출루율 1위와 팀 장타율 1위 그리고 팀 홈런 1위를 독식한 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투수는 마야 이전 아무도 없었다. 상기 조건 가운데 전해 팀 홈런 1위를 기록한 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투수는 송진우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해태는 전해 팀 홈런을 제외한 팀 출루율과 팀 장타율에서 2위를 차지한 팀이었다.
2015년 마야 노히트 노런 달성 시
2014년 넥센 : 팀 출루율 .382(1위), 팀 장타율 .509(1위), 팀 홈런 199개(1위)
2000년 송진우 노히트 노런 달성 시
1999년 해태 : 팀 출루율 .362(2위), 팀 장타율 .484(2위), 팀 홈런 210개(1위)
마야는 지난해 2승 4패 평균자책 4.86으로 객관적 성적만 보면 ‘외국인 2선발’답지 않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 2014시즌 밴와트와 마야의 기록 비교(기록: 베이스볼랩 http://baseball-lab.com) |
마야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지난해는 KBO리그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KBO리그 문화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만큼 올 시즌엔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긍정적인 평가와 자신감이 통했는지 마야는 노히트 노런과 함께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 2.45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타이트한 승부 속에서 탄생한 테임즈의 '사이클링 히트'
외국인 타자들은 원체 타석에서 적극적이라, 대기록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좋은 공을 골라내기보다 투수의 공에 바로 대응하기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여기다 외국인 타자에게 대기록을 허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해지며 마르티네스 이후 외국인 타자들은 14년 동안 사이클링 히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테임즈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이 모든 부정적 전망은 비로소 힘을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