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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살해한 폭력남편에 선처? 고양.일산(고양시소식)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8. 30. 15:38

부인 살해한 폭력남편에 선처?
남겨진 쌍둥이딸 양육문제 남아... 1심 최종선고 앞두고 여성단체 '엄중처벌' 요구
[1139호] 2013년 08월 28일 (수) 16:41:22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지난 5월경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결과 피해자 박희선(가명, 36세)씨는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던 남편 송모씨(61세)에 의해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내를 살해한 뒤 송씨도 수면제를 먹고 함께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한 뒤 살인죄로 체포됐다.

송씨는 사건직후 경찰조사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주변지인들과 여성단체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숨진 박씨가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 박씨가 이혼소송을 위해 남긴 일기 형태의 진술서에는 그간의 고통이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

남편은 “죽여버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교회에서 만난 목사인 남편과 24살에 결혼한 박씨. 하지만 한없이 자상할 줄만 알았던 남편이 날마다 ‘두 얼굴’로 변해 폭행을 일삼아왔다. 셀 수 없이 목이 졸렸고 밧줄에 묶여 몸에 검붉은 피멍이 들었다. “남편이 그 일을 지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고 박씨는 진술서에 적었다. 폭행은 심지어 임신 후에도 이어졌다. 박씨의 언니는 “임신한 배에는 칼도 안 들어가는 줄 아냐고 칼로 위협하고 배에다 칼도 들이대기도 했다더라”고 전했다.

참다못한 박씨는 지난해 7월 쌍둥이 딸을 데리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쉼터로 도망쳐 나왔다. 자립을 준비하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한 박씨. 멍투성이 몸을 찍은 사진과 병원 진단서, 일기처럼 적어온 진술서 등을 몽땅 정리해 법원에 냈지만 의정부 고양지원에서 돌아온 답은 부부상담 명령이었다. “폭행당사자인 남편과 부부상담을 받는 게 너무 괴롭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박씨의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박씨는 지쳐갔다. 상담을 언제 끝낼지는 상담위원의 판단에 달려 있어 끝을 기약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남편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고, 박씨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송씨를 찾았다. 그것이 박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작년 한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 3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으며, 미수까지 포함하면 근 2일에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가정폭력으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빈번함에도 경찰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2010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찰신고 시 집안일이라며 출동하지 않거나 출동하더라도 그냥 돌아간 경우가 68.2%에 달했다. 신고 후의 법적 조치에서도 ‘조치없음’이 59.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접근행위제한(10.1%), 벌금(7.4%), 상담조건부기소유예(6.0%) 순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정폭력'이 퇴출되어야 할 4대악 중 하나로 지목됐지만 법 집행자들의 인식전환 없이는 가정폭력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여전히 힘들다는 지적이다.

고양시의 경우에도 작년 한해 고양YWCA 가정폭력상담소에 약 850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올해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여성단체들은 “가정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는 현행 가정폭력 특례법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해당사건은 3번의 재판이 진행됐으며 1심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송씨 측은 우발적인 살인이었음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겨진 두 쌍둥이 딸의 양육문제도 거론됐다. 이에 각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며 2주전부터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서명운동 담당자는 “아직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양육문제 등을 이유로 선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여론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지역 내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10년이 넘게 진행된 가정폭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남아있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도 가해자의 양육권 박탈과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