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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하겠다고 대학에 무작정 편지 썼죠” 고양일산 고양시소식(화정동)

일산고양작명철학 2013. 11. 6. 10:21

“복학하겠다고 대학에 무작정 편지 썼죠”
<화제의 인물> 70세 나이로 올해 8월 학사모 쓴 화정동 정기남씨
[1147호] 2013년 10월 31일 (목) 10:23:44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경희대 무역학과 66학번
입학한지 47년만에 졸업
처음엔 대학에서 반대해
20대 학생과 섞여 ‘열공’ 

   
▲ 45년만에 복학해 올해 여름에 졸업한 경희대 66학번 정기남 씨가 학생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덕양구 화정동 은빛마을에 올해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특별한 ‘만학도’가 있어 화제다. 대학에 45년 만에 복학해 47년 만인 올해 8월 학사모를 쓴 정기남(70세·무역학 66학번)씨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70세인 정씨가 경희대 정경대학 상학과에 입학할 때는 1966년이었다. 하지만 2학년 과정을 마치고 공군 부사관으로 6년간 복무한 정씨는 전역 후 집안 사정으로 인해 복학하지 못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90년대 말까지 무역회사와 출판사, 관세사무소 등에서 일했다.

정기남씨는 “당시에 일도 바쁘고, 자녀 교육도 시키느라 복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한 회사인 관세사무소에서 퇴직한 그는 이후 도서대여점 운영, 영어 과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이후 공공근로, 경비원 등을 하며 부지런히 노후자금을 마련한 정씨가 45년간 놓았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못 다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다”며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다시 대학 공부를 시작하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복학이 쉽지만은 않았다. 복학을 위해 정씨는 담당 부서에 무작정 편지도 보내고, 학과장을 비롯한 교수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은퇴 나이에 졸업장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아닌데 45년 만에 복학하겠다는 정씨의 말이 대학 측에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정씨는 그때를 떠올리며 “처음엔 대학에서 반대했어요. ‘젊은이들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 이제와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냐?’며 물었지만 막상 입학하니 학과장이 직접 시간표를 짜주기도 하고 교수들도 수업시간에 적극 참여했더니 많은 배려를 해주었죠”라고 말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복학해 2011년부터 2년간 학교를 다니게 된 정씨의 학교생활은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과거에는 대학수업이 주로 판서로 진행됐는데 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한 PPT 발표 수업이 많아 낯설었다.”며 또한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학생들에 비해 수업 내용을 암기하기가 어렵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대부분인 강의실에게 정씨는 여타 학생들처럼 많은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정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덕담이나 조언도 많이 해줬다”며 자신이 보낸 2년간의 대학 생활을 설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줄 곳 영어 하나는 자신 있었다는 정기남씨는 지금도 영어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영어로 진행된 수업이 더 자신 있을 정도였어요. 무역회사 때의 현장경험으로 선적서류 등을 변역하고 발표하는 시간은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죠. 그때부터 학생들도 많이 따랐어요.”

졸업 후 정씨는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영어강의를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녹아 있는 그의 ‘휴먼 스토리’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주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