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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천사' 28년간 300쌍 무료결혼식 도운 사진사

일산고양작명철학 2015. 3. 25. 11:07

김종명씨 부부, 중구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서울 중구청 근처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종명(64)씨는 28일 있을 무료 합동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것부터 피로연 준비까지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막상 그의 본업인 사진 인화 작업은 아내 박선희(58)씨가 도맡고 있다.

이번 무료 결혼식은 28일 낮 12시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다.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저소득층 5쌍이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다.

김씨가 무료 합동결혼식을 주선한 건 1987년부터로 벌써 28년째다. 그는 1년에 1∼2회, 한 번에 평균 10쌍 이상씩 지금껏 모두 300여 쌍의 결혼식을 도왔다.

원래 이 결혼식은 21세기사회봉사회에서 1980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1987년 봉사회 이사장인 이설산 스님의 소개로 김씨가 결혼식 사진 촬영을 맡은 게 인연이 됐다. 사진을 찍던 김씨는 어느새 결혼식 모든 과정을 준비하게 됐다.

결혼 비용은 봉사회에서 일부 지원하고 스냅사진, 비디오 촬영, 액자, 드레스 준비, 신부 화장, 선물 등을 모두 그가 충당한다. 한 번 결혼식을 올릴 때마다 그가 내는 돈만 약 1천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지금까지 수 억원이 들어갔다. 아마 그 돈을 모았으면 작은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했을 것"이라면서도 "결혼식 때 좋아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25일 말했다.

봉사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늘면서 김씨 부부는 1998년부터 국제라이온스협회 중구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 다른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그새 사진관 사업도 번창, 1989년부터 2010년까지 3곳에서 웨딩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군대 사단사령부에서 얼떨결에 사진병으로 일한 것이 계기가 돼 평생 사진과 인연을 맺은 그는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1968년 서울로 올라와 지금까지 중구 필동에서 살고 있다.

그는 "1980년 중구청 인근에 일지사진관을 연 후 먹고 살고자 열심히 사진관을 운영하느라 자원봉사에 눈 돌릴 겨를이 없었지만 해보니 할수록 좋고 왜 몰랐나 후회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꿈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무료 결혼식을 이끌어 나가는 것.

그는 "액자에 담긴 결혼식 사진을 보는 부부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나도 이 기분, 이 행복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lisa@yna.co.kr